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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분의 러닝타임 나는 40분만 넘어가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사실 살짝 지루했는데 특이했던 동시에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끈기도 느끼게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거의 끊지 않고 다 봄)
결론이 궁금해 견딜 수 없게 만들어 놨다
다 보고 나서야 묘하게 다가오는 감상들.
기억, 과거, 메모 나아가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던데. 사람은 목적(해야할 일)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앞에선 기억도 과거도 메모조차도 의미를 다 가지지 못한다는 생각도. 진실조차. 영화를 본 직후에 홀가분하고 주인공처럼 약간 해맑아진 느낌이 들었는데. 과거에 집착하던 내게 과거의 무게를 줄여줘서 그랬던 듯. 잠깐일지라도 느낄 수 있었던 앞만 남아있는 가벼움...
영화는 전체적으로 메모에 대한 역설을 담아내고 있는데 (기억에도 해당된다고 봄.)
기록되기 때문에 정확한 것, 기록되기 때문에 왜곡 되는 것. 사람의 미래는 기억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지만 모든 과거에 대한 기록 중 인간의 기억이 가장 왜곡되기 쉽다는 사실.
안그래도 기록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도 재미 있었다.
내가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동시에 싫어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중요하지 않아 미리 적어두지만 싫어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논리적이지 못하게 기록할 바에는 기록하지 않는 것이 낫다 생각해서)
보통 그 당시 적어놓은 글을 읽으면 그걸 썼을 당시의 감정도 조금은 회고가 되지 않나? 아무리 까먹고 있었다 하더라도 예를들어 사진을 보면 이때 이랬지 하고 기억이 나는 것 처럼. 레너드와 보통 사람들의 메모의 차이점은 그거라고 생각 한다. 레너드는 자기가 적었단 사실조차 완벽히 사라진 백지에서 그 메모를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 받아야 한다는 것.
나는 기록의 가장 큰 장점은 사실관계를 옮길 수 있다는게 아니라 회고의 열쇠가 되어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읽더라도 아무 기억이 안나는 일도 흔하지만. 기록으로 사실관계를 옮길 수 있다는게 더 불가능 이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에서 말해주듯이. 레너드는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에게 메모를 전달 받는 것과 같은 현실에 놓여있으니까.
영화를 다 봤을 때 느껴지는 묘한 홀가분함과 해맑아 보이는 레너드...
레너드가 부럽다 과거의 무게는 늘지 않고 앞만 보고 살면 되는 그가. 하지만 이 감상은 착각이다. 사실 누구보다 무거운 과거의 무게를 짊어 지고 있고,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감당할 수 없어 유일한 기억마저 왜곡해버린 미친 남자가 레너드니까. 앞만 보고 살아가면 되는게 아니라 이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거에 묶여 어디에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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