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41208 목숨을 걸고 밝혀낸 역사도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이....

양털꼬리쥐 2024. 12. 9. 02:44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ㅇㅂ를 증오한다.
 
 내가 막 성인이 되던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린 여학생들이 하는 것까지 직접 봐버린 뒤로 심각함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딱 거기까지였는데. (이 정도면 남자애들 중엔 안 하는 애가 없을 테고 일베가 왜 문제인지 혹시 그 세대는 아얘 모르나? 싶은 생각도 들었음. 지금은 실제로 이 가능성도 있다 생각함.)
 
 

집요하리만치 민중을 학살한 역사를 폭동으로 모는 것을 보면서,
죽지않는 아니 더 커진 국힘 지지율을 보고,
계엄령을 겪고도 당장 대통령 하나 구속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역사 교수라는 것들이 내놓은 지지 선언문을 보면서,
 



 

이미 밝혀진 역사도 자칫하면 미래에 뒤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잔인하고 억울한 죽음 그걸 밝혀낸 사람들 또한 목숨을 걸어야 했는데. 그렇게 밝혀내는 데 성공한 사실들도 목소릴 내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다시 왜곡하고자 한다면 보통의 무관심 속에 어느 순간 주류의 의견으로 뒤바뀌어 버리는 일도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내가 시위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엄령 당시 내가 트위터에 적은 말이 있었는데
 

요즘 애들 진짜로 광주를 얼마나 안배우는 거임? 제주는 나도 못배웠어서 할 말이 없는데 광주를 어떻게 잊어 어떻게 인터넷 집단의식이 교육을 이기냐고

원본 트윗은 518 민주화 운동의 아주 기초적인 설명을 하는 글이었음.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건 어떻게 인터넷 집단 의식이 교육을 이기냐고 라는 부분.
 
 선생이란 작자가 고인 모독을 농담이랍시고 시험지에 적어 넣은 일, 그것들이 사회의 곳곳에 자리 잡았음을 실감한 사건들을 본지가 겨우 몇 주 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피곤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다, 화가 많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 조용히 있었던 사이 그것이 방관이 되어 여기까지 오는데 내가 부채질을 하게 된 꼴이 아니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도 진실은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문장처럼.
 그것이 진실이니까. 우리 모두 배웠으니까. 부표처럼 그 자리에 언제든 다시 떠오를 거라고. 하지만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5월 18일이 돌아오면 나는 어딘가에 외딴섬의 문장을 적는다. 그저 나에겐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정도가 아니라, 나는 싸워야 했던 걸까?
 

 
 
 
 24년 12월 3일의 계엄령 선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사실 집회를 나가고 싶단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지만(....)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로 참석하게 되면서. 평소에 생각도 많고 불안함도 많고 내가 아는 것이 혹 잘못되거나 부족한 정보이진 않을까 불안감이 치솟는 유약한 인간인 나는 이번에도 내가 어떤 것을 가장 말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다. 누가 묻는 다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나는 내가 배운 역사가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배운 교육이 여기 살아있노라고 증명하고 싶다.
 
 이 이상 억울한 죽음을 모욕하는 짓을 용서하고 싶지 않고,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는 짓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이 이번 집회에 나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