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41206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을 들었다(물리)

양털꼬리쥐 2024. 12. 6. 12:57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아본 세상'의 상식 안에 갇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식견을 직접 겪지 않고도 넓혀주는 방법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겠죠.



24년 12월 3일 군인이 국민들 앞에서 총을 들었다.



 
 이 자체가 세대를 거쳐 겨우 쌓아온 믿음이 전부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상식을 벗어난 일임에도 어차피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어린애들이다 식으로 믿어버리는 것 또한 결국 자신이 살아온 상식선에서 사고해 버리기 때문 일 것입니다.
 
 
 탄핵 당시 촛불 집회에선 경찰 버스가 길을 막아서고 통제하고 물대포를 쐈습니다.
물대포는 수압 또한 화재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쏘는 것은 살인행위입니다.
실제로 당시에도 사람에게 쏘는 것은 금지였으나 사람을 조준해 쏘았다는 증언(내가 쏘겠다고 했다는 등, 내부 포함)이 다수 있었고 실제로 백남기 농민이 이를 원인으로 사망하셨습니다. 2015년 겨울의 일입니다. 
 
 평화 시위에서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은 당시에도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트위터에서 골방에 있는 리볼버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트위터리안의 집에 경찰이 왔던 사건,  집회에 배후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말에 사람들이 깃발을 만들어 들고 간 일, 너무 오래되어 잊은 줄 알았던 그때가 이렇게나 잘 기억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계엄령을 겪은 세대 또한 그랬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순간 가장 먼저 몸을 움직이는 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겁도 없이'가 아니라 가장 가까이 공포와 허무함을 먼저 떠올렸을 사람들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계엄령은 금방 해제되었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의 이유던 의도를 가졌건) 호들갑, 공포 조장, 멍청한 걱정, 바보같이 놀아났다는 식의 이번 일 자체를 축소하려는 말을 쏟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식을 벗어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실이고

 

이건 곧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전엔 물대포였지만 2024년 공권력은 이미 총을 꺼냈습니다.
 
1980년의 셀 수 없이 많은 사상자의 피가 아직 마르지도 않은 지금 이 땅 위에서 감히



아직도 이 정부가, 이 당이 하려는 일이 뭔지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는 사람들

지금 당연한 것들을 만들어내고, 지켜낸 사람들 또한 개인이었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끝까지 무시하고 이상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허무한 죽음이 있었는지 못 본 척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들

대가를 치르는 일은 없겠죠 삶은 허무한 것이니



정말로 총에 맞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앞으로 나온 사람들 나오지 못했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모든 우리가 다치지 않고 봄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